(가수) 조영남 씨의 그림 대작 사건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조 씨 측과 검찰이 대법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펼쳤다.

조 씨 측은 “작품 아이디어와 가치관, 철학 모두 작가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그림의 대부분을 조수가 그렸다는 사실을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사기”라며 맞섰다.

현대미술의 창작 방식과 과정 등을 두고 공론의 장이 펼쳐졌다.

대법원은 오늘 오후 2시 대법정에서 가수 조영남 씨의 ‘그림 대작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조 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6년 3월까지 무명 화가 송모 씨와 대학원생 오모 씨에게 돈을 주고 그림을 그리게 한 뒤, 경미한 덧칠과 서명을 하고 판매해 1억 6천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작품을 누가 그렸는지는 구매자에게 중요한 정보에 해당한다”며 조수가 그렸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조 씨 자신이 그린 것처럼 행세했다고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작가가 조수를 쓴다는 사실을 알릴 법적 의무는 없다”면서 “송 씨 등은 대작 화가가 아닌 조 씨를 도운 기술적 보조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무죄를 내렸다.

이와 관련해 오늘 공개변론에서 검찰은 “조 씨는 송 씨 등에게 작품에 대한 추상적 아이디어만 제공했을 뿐 구체적 지시나 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조수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송 씨 등이 현대미술에서 흔히 통용되는 조수라면, 조영남 씨의 구체적 지시와 감독을 받고 같은 작업 공간에서 함께 창작 활동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남 씨 측 변호인은 “송 씨 등은 조 씨의 지시를 벗어나 작품을 변화시키거나 스스로 개성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조 씨가 자신의 사상과 철학에 따라 작품 주제와 표현 방식을 정하고 완성했다고 반박했다.

최후진술에서 조 씨는 울먹이며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보여줬고, 현대미술은 아무런 규칙도 방법도 없이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늘 공개변론에는 미술계 전문가들도 참석해 쟁점에 대한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 선고는 다음 달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미술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