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우리 국적 유조선 억류와 관련해 "순수한 기술적 문제로, 사법절차를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 정례브리핑에서 "이란 측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과의 양자 접촉 과정에서 선박 억류는 기술적 문제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차관은 이란 측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청하고, 이란이 주장하고 있는 기술적 요인에 대한 자료 제출도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부터 이란을 방문 중인 최 차관은 아라치 이란 외교부 차관과 샤네사즈 보건부 차관, 자리프 외교장관, 하르라지 이란 최고지도자 외교고문 등과 만났다.

이란 정부가 사법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최 차관은 오늘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아 법무부 차관을 만나 선박 문제를 더 논의할 예정이다.

국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측 자금 문제 역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동결 자금을 코로나19 백신 등 의약품 구매에 자유롭게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미국 제재를 위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 대변인은 "이란 측이 백신 구매를 희망하며 원화자금 이전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정부는 미국 측 특별 승인 등 모든 절차를 이미 완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어떤 경로로 백신을 구매할지는 전적으로 이란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백신 구입 과정에서 자금이 달러로 바뀌어 미국 은행으로 들어갈 경우, 미국 정부가 돈을 압류할 가능성을 우려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