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월남한 북한 남성이 우리 군 감시 장비에 10번 포착됐지만, 민간인통제선 감시초소 근무자가 최초 식별하기 전까지 8번을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확보된 북한 남성의 귀순 경로와 당시 군 경계 태세 관련 검열단의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은 해당 남성이 16일 오전 1시 5분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 온 뒤,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해 철로와 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남성이 이동하는 1시 5분부터 1시 38분 사이 우리 군 해안감시장비 카메라 4대에 5번 포착됐고, 이 가운데 2번은 경고음·경고등이 발동하고 컴퓨터 화면에 알림창이 뜨는 '이벤트'가 발생했지만 대응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이벤트 발생 당시 근무 중이던 영상감시병이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화면 알림창을 확인하지 못한 채 꺼버린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상황간부 역시 업무상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영상감시병은 경고음과 경고등 발동을 바람 등 자연현상에 대한 단순 오작동으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은 또 이후 오전 4시 12분에서 14분 사이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북한 남성의 움직임이 3회 포착됐지만,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전 4시 16분부터 18분 사이 이 남성이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 포착된 뒤에야 근무자가 식별하고 상황 보고가 이뤄졌다.

군은 오전 6시 35분 '경계태세 1급'을 격상하고 7시 27분 민통 검문소 인근에서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군 관계자는 "과학화시스템 자체는 문제가 없었고, 카메라에 남성이 포착된 8번 가운데 6번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다만, 2번의 이벤트 발생에 대처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책"이라고 밝혔다.

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는 기존 부대관리 목록에 포함 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은 "이번 상황 발생 전 22사단이 알고 있는 배수로는 45개였다"면서 "현장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3개가 발견됐는데, 이 가운데 부식된 한 개 배수로를 귀순 추정 남성이 통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7월 탈북민 남성이 인천 광화도 연미정 인근 배수로로 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배수로 전수 조사를 지시했지만 관리가 부실했다고 인정했다.

합참은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통한 상황 공유와 경계작전 수행 요원 작전기강 확립, 과학화경계체계 운용 개념 보완,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 전수조사 등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통합으로 22사단 임무수행 실태를 진단하고, 편성과 시설, 장비 등 임무수행 여건을 보장하는 대책을 찾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