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검찰단이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중사 사망 사건을 보고할 당시 성추행 피해자라는 점을 빼는 등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오늘 이 중사가 사망한 지난 5월 22일과 다음 날인 23일에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이 작성한 보고 문건 4종을 공개했다.

문건을 보면, 사망 사실만 신속히 정리한 첫 보고서 이후, 공군 참모총장에게 보고된 2, 3번째 문건에는 이 중사가 가해자 장 중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사실이 포함됐다.

특히 3번째 문건에는 "20전투비행단 정보통신대대 일부 인원이 딸에게 가해자 선처를 요구해 힘들어했다"며 조사와 처벌을 요구한 유가족 반응과, 해당 부서원들을 대상으로 가해자 비호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기재됐다.

하지만 군사경찰단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보고한 마지막 문건에서는 유가족 반응이 "사망 동기를 밝혀달라며 애통해 하는 것 외에 특이반응이 었다"고 바뀌었다.

20비행단 부서원을 대상으로 '가해자 비호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는 후속 조치 내용은 아예 빠졌다.

센터는 "공군본부가 조직적으로 국방부에 사건을 허위로 보고하고, 내부적으로 이 중사 사망의 진실을 통째로 덮으려고 했던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6월 4일 이 문건들을 확보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러한 지시가 군사경찰단장에 의해 구체적으로 이뤄졌단 정황도 확보했다"며 "그럼에도 25일까지 군사경찰단장을 입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 12일 국방부 감사관실로부터 관련 내용을 모두 보고받았지만, 즉각적인 입건과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더 이상 국방부에 사건 수사를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국방부는 6월 초 이미 관련 자료를 확보해 공군 군사경찰단장과 20비행단 군사경찰대대장 등 관계자 6명을 형사 입건하고 이 가운데 2명을 보직해임하는 등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군 군사경찰의 범법행위를 축소·은폐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주장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한 치의 의혹 없는 수사를 통해 가능한 조속히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