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었던 인물로 기억된다.

이 여사는 1922년 일제 치하에 태어나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이자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DJ의 영원한 정치적 동지이자 동반자로 꼽힌다. 이 여사는 지난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한 지 꼭 10년 만에 격동의 지도자 김대중의 곁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희호 여사는 1962년 만 40세의 나이에 당시 젊은 정치인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이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은 주위의 많은 반대와 우려속에 이뤄졌다. 이 여사는 당시 이화여자전문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당시에는 드물었던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그야말로 엘리트 여성이었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은 야당의 정치 신인인데다 아내와 사별해 자식이 둘(홍일,홍업)이나 있었던 처지여서 여러모로 이 여사와 대비가 됐다. 장래가 불투명한 야당 지도자와의 결혼에 대해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 여사는 가택 연금과 납치 사건,미국 망명, 사형 선고 등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비때마다 곁을 지키며 인생 역정을 함께 이겨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을때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국제적인 구명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네 번째 도전 끝에 마침내 대통령 당선의 꿈을 이뤘고 이 여사도 대통령 영부인이라는 영광의 자리에 올라섰다. 영부인로 활동했던 기간에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고 남편의 노벨평화상 수상도 이뤄졌으나 아들의 구속 등 고난도 겪어야했다.

이 여사는 국민의 정부 당시 여성부를 신설하는 등 여성 정책의 활성화를 사실상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초대 여성부 장관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한명숙 전 총리와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미경 전 의원,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 쟁쟁한 여성 정치인들을 길러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여사는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47년간 부부 생활을 마감했고 이후 남편의 유업을 잇는데 앞장서 왔다. 이 여사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때 평양을 방문한데 이어 2015년에도 북한을 찾는 등 남북 화홰와 협력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고 다음 세대에는 분단의 아픔을 물려줘서는 안된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은 이휘호 여사에 대해 97년의 인생을 살면서 우리나라 1세대 여성운동가이자 대표적인 정치 지도자 DJ의 아내, 정치적 동지로서 한국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겼고 한국 여성계의 큰 발자취를 남긴 정신적 지도자로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이 여사의 분향소는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되며 발인은 14일 오전 6시,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장례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동지였던 권노갑 민주평화당 상임고문, 그리고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이 맡았고 장례위원회는 오늘 오전 11시, 장례식장 6층 교수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여사의 유언 등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