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싱하이밍 주한 대사의 내정간섭 발언을 두고 한·중 외교당국이 상대국 대사를 '맞초치'하는 등 양국 외교 관계가 한여름에 살얼음판을 걷고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 9일 싱 대사를 불러 발언에 항의하자, 다음날 중국 외교부가 우리 측 정재호 주중대사를 불러 불만을 표시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싱 대사의 비외교적 언사에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지난 9일 싱 대사를 초치해 문제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

장 차관은 "주한중국대사가 다수의 언론매체 앞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싱 대사의 발언은 한중우호 정신에 역행하고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인 10일에 차관보급인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정재호 중국대사를 중국 외교부로 불러 맞대응을 했다.

중국 측은 '초치' 대신 '회동을 약속하고 만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우리가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한 것에 대한 '맞불 초치'인 것으로 보인다.

눙 부장조리는 정 대사에게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 각계 인사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업무"라며 "현재 중한 관계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되돌아 보라"고 말했다.

이어 "중한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성실히 준수하고 중국과 함께 양국관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한국은 차관이 대사를 불러냈지만 중국은 그보다 한단계 낮은 차관보가 대사를 불러낸 것이 이례적이다.

의전의 격을 낮춤으로써 우리 측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양국 외교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