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지출한 비용을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오늘, 국가가 유 전 회장 일가와 관련 지주회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유섬나 씨 등 자녀 세 명이 모두 천 700억 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가가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책임자들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한 여러 사건 가운데 승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고(故)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사고에 원인을 제공했고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으며, 유 전 회장의 자녀들이 이러한 구상의무를 상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에 대한 보호 의무를 갖고 있는 국가가 이 사건 관련 지출 비용 전부를 청해진해운 측에 구상하도록 하는 것은 책임 전가가 될 수 있다”며 원고가 주장한 4천2백13억 중 3천7백23억만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 비중을 봤을 때 유 전 회장 측이 70%, 국가 25%. 그 외 화물 고박 업무를 담당한 회사가 5%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의 자녀들은 법원이 인정한 3천7백23억의 70%인 2천6백6억 중 일부 변제된 금액을 제외한 돈을 국가에 지급해야 한다. 

다만 재판부는 장남 유대균씨의 경우 이미 상속을 포기해 구상 의무가 없다며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