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사실상 패소 취지와 같은 ‘각하’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가 국제법상 여전히 한‧일 청구권 협정에 구속되는 만큼 소송 제기 권한 역시 제한된다는 건데, 피해자들은 즉각 항소 의지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오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그 유족 85명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선고 공판에서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패소 취지의 결론과 같다.

선고는 원래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재판부가 오늘 오전 급히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의사를 양 측에 통보하면서 오후에 바로 선고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이 바로 소멸됐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 할 수는 없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협정의 내용과 체결 경위 등을 살펴볼 때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내 권리를 행사하는 것 역시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면 비엔나협약 제27조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 장덕환씨는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분노를 금할 길이 없고언제까지 이렇게 우리가 울어야 하는지 가슴을 치고 통탄할 일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피해자 측은,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과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강길 변호사는 현 재판부의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는 정반대, 배치되는 판결이라며, 강제징용 상태에서 임금도 받지 못하는 아주 부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한 임금과 그에 해당하는 위자료는 배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