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부지 용도 변경 등을 알선한 대가로 수십억 원의 금품을 챙긴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는 오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혐의를 받는 김인섭 전 대표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어 징역 5년을 선고하고, 63억 5천 733만 원을 추징하라 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보석을 허가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김 전 대표는 다시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가 김 전 대표에게 내린 징역 5년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죄의 법정 최고형으로, 재판부는 그만큼 김 전 대표에 대한 죄책이 무겁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관한 별다른 노하우 없이 정치인의 친분에 따라서만 각종 인허가권과 관련해 여러 차례 청탁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 대가로 국민의 일반적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70억 원이 넘는 현금을 수수해 공적 업무의 청렴성과 공정성,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보며 김 전 대표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지난 2015년쯤부터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인허가권을 알선한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자 정바울 씨로부터 74억여 원과 5억 원 함바식당 사업권을 챙긴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정 씨의 청탁을 받아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녹지에서 준 주거지역으로 변경하거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를 배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봤다. 

이에 김 전 대표는 자신은 로비스트가 아니라 정 씨와 동업 관계에 있었던 사업자로서 합리적인 의견을 게시한 것일 뿐이라며 알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러 정황과 증거들을 토대로 보아 "김 전 대표가 정 씨가 운영하는 사업 시행사인 성남 알앤디 PFV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청탁 외에 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의 개입 여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김 전 대표가 지난 2005년부터 시민운동을 하며 이재명 대표와 친분을 쌓은 점,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청탁을 한 점 등을 인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1심의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을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선거를 도운 김 전 대표에게 보답하기 위해 각종 인허가권을 행사해 준 '권력형 지역토착비리'로 규정했다. 

김 전 대표의 변호인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