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인 정황을 담은 문건들이 공개됐다.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입법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원, 특히 법사위원들 가운데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김진태, 김도읍, 이한성 의원을 설득하는 방안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이들의 공천권을 가진 유승민 원내대표를 통해 접촉한다고 계획했고, 경북 포항이 지역구인 이병석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노후화된 대구법원 청사의 포항 이전 방안을 검토했다.

청와대 역시 설득과 협력의 대상이였으며, 2015년 8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의 독대를 앞두고 작성된 문건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등 청와대가 원하는 특정 유형 사건은 대법원 심판 사건으로 추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와대가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한다면 재판 진행 과정에 청와대와 정부 의중을 반영해 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돼, 사법부가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탄핵정국에서는 대북문제를 제외한 정치적 자유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과감하게 진보적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며 재판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권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런 전략 등을 세웠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법농단 재판에 한정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것도 이 주장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한편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은 오늘 퇴임식에서 사법농단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더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