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여러 곳에 빚을 지고 있지만 갚을 능력이 부족한 취약차주의 연간 대출액 규모가 87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을 보면 취약차주 부채가 지난해 말 86조 8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퍼센트 더 늘어났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거래가 감소하면서 전체 가계의 부채 증가세는 둔화했지만, 부실 위험이 큰 취약차주의 부채는 지속해서 늘고 있는 것이다.

취약차주 수는 1년 전보다 3만여명 감소한 146만 8천 명으로 집계됐다.

장기 소액 연체자를 대상으로 채무를 감면해주는 정부의 지원 효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자인 차주는 37만8천 명으로, 이들의 대출 규모는 12조 2천억 원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의 대출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대부업 등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은행에 몰려 있으며, 그 비중도 64.8%에 달했다.

아울러 신용대출 비중은 41.7%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지만, 비취약차주 보다 여전히 2배가 높은 실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취약차주의 채무 상환 어려움도 커질 수 있다”며 "지속적인 부채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