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대법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임 전 차장 사건의 재판장이자, 지난달 사법농단 관련자들에게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던 윤종섭 부장판사는 “양심에 따라 재판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오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앞서 36부와 동일한 판사들로 구성된 형사합의32부는 지난달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공범’으로 규정했는데, 임 전 차장 사건이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론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석달 만에 재개된 임 전 차장의 공판에서 윤 부장판사는 논란을 의식한 듯,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내용의 헌법 103조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법대에 앉아있는 구성원 세 명 모두 헌법이 정한 법관이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양심에 따라 재판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종헌 전 차장 측 변호인단은 지난 2월 보도된 재판 공정성 관련 모 언론 기사를 인용하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사실 조회 신청을 했다.

관련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표 10명을 불러 면담했다.

당시 면담에 참석했던 윤 부장판사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서, 연루자들을 단죄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 보도의 핵심 내용이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판사가 누구인지, 면담 내용이 보존되어 있는지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김 대법원장이 보인 태도를 보면 대법원장의 의중이 재판부 신설과 구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어, 공정성 해소를 위해서라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