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지난 1월 승소했던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일본이 국내에 있는 재산 목록을 공개해야한다는 우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국가면제론’을 두고 각 재판부마다 엇갈린 판결이 나오고 있어, 피해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이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각 1억 원씩 지급하고, 소송비용도 부담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었다.

일본의 무대응으로 판결은 최종 확정됐지만, 배상 절차는 조금도 시작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일본이 국내에 보유한 재산목록을 확인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고,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51단독 남성우 판사는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위안부’ 문제와 같은 반인권적 범죄는 국가면제 예외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 대한 재산명시 신청도 적법하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우 판사는 결정문에서 “강제집행 후 발생할 수 있는 대일관계 악화 등 국가 간 긴장 발생 문제는 행정부의 고유 영역이고, 사법부는 법리적 판단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김양호 부장판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가 지난 3월 피해자들이 승소했어도 일본으로부터 소송비용을 추심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또 지난 4월, 같은 법원 민사합의15부가 이용수 할머니 등이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권면제를 인정하며 ‘각하’ 판결을 내린 것과도 정반대의 결론이다.

이처럼 한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재판의 피고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인 ‘주권면제론’을 두고 각 재판부가 의견을 달리하면서 피해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늘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재산 공개 결정을 비판하며 이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경우 피해자들이 직접 국내 금융기관에 일본 정부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데, 재산을 파악하더라도 최종적인 집행을 위해선 압류, 매각 절차 등을 거쳐야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