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재직 당시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더 늘어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파기 환송 전 재판에서 원 전 원장의 직권남용 혐의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1의2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에게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파기환송 전 2심에서 받은 징역 7년, 자격정지 5년과 비교하면 형량이 각각 2년씩 더 늘어났다.

재판부가 대법원의 파기 취지대로 환송 전 2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원 전 원장의 직권남용 혐의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존립 이유인 국가 안전보장과 무관하거나,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 헌법이 보장하고 요구하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버린 채 정치에 관여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예산으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풍문을 확인하는 데 예산을 쓴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 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는데, 다만 직권남용 혐의 중에는 권양숙 여사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미행을 지시한 부분만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하면서도, 직권남용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해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3월, "직권남용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며 유죄 취지로 사건을 깨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한편, 재직 시절 정치 공작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국정원 민병환 전 2차장은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은 징역 2년 4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