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서류조작으로 봉은사가 강남 땅을 빼앗긴 데 대해 정부가 80억 원을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늘 봉은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가 봉은사에 79억9천6백여만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는 특별조치법에 따라 봉은사에 환원됐어야 하지만, 공무원이 상황을 완료한 것처럼 가장해 1970년 초, 제삼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봉은사는 제삼자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이를 취득할 때까지 권리보전 조처를 하지 않았고 정부 역시 토지를 처분한 이득을 얻지 못했다"면서 "봉은사의 부주의 내지 공평 원칙에 따라 정부의 책임 손해액을 8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1950년대 농지개혁사업을 하면서 봉은사로부터 서울 강남구 일대 토지를 사들였고, 1968년 시행된 특별조치법에 따라 일부를 봉은사에 돌려줘야 했지만 공무원이 서류를 조작해 환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봉은사는 재산을 되찾기 위해 공무원이 불법으로 소유권을 이전한 조모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이미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2015년 패소가 확정됐고, 봉은사는 정부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