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오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오늘 공판에서는 서증조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가 증거서류 전부를 반드시 법정에서 낭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292조 1항은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증거 서류를 조사할 때 신청인이 이를 낭독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같은 조 3항에는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엔 내용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재판 과정에서는 증거서류를 조사하며 증거 명칭과 요지 등 중요사항만 요약 진술해왔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측은 “검찰이 서류 내용을 직접 낭독해야 한다”며 “재판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기존에 동의했던 증거 의견을 바꿔 부동의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증거서류 낭독이 어떤 목적, 헌법적 위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박했고, 재판부 역시 “증거서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임 전 차장 측 변호인은 “재판 기관이 입법자의 위에 서서 군림하려는 마인드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 역시 “전체 내용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취지는 공판 중심주의를 구현하자는 것”이라며 변호인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늘 예정됐던 서증조사는 임 전 차장 측 항의로 진행되지 못한 채 재판이 마무리 됐으며, 다음 공판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