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종사자들이 속한 민주노총(한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별노조인 보건의료 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목요일인 내일(8/29) 조속한 진료정상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다.

보건의료노조는 노사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한 오늘 저녁 각 의료기관별로 총파업 전야제를 개최한 뒤 내일(8/29) 아침 7시부터 파업에 들어간다.

보건의료 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와 의료기사, 약사, 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의료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산별노조로, 조합원이 8만2천명에 육박한다.

의사는 일부만 가입해 있지만 의료계의 다양한 직역이 속해 있다.

보건의료 노조의 총파업 대상 의료기관은 모두 61곳이다.

전체의 절반인 31곳이 지방의료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병원이며, 중소병원이 12곳이다.

수도권 대형병원인 '빅5' 병원 가운데 서울아산병원과 성모병원이 보건의료노조에 속해있지만, 이번 쟁의 사업장은 아니다.

또, 사립대 병원은 고려대의료원과 한양대의료원, 중앙대의료원, 강동경희대병원, 조선대병원, 한림대의료원, 이화의료원, 노원을지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등 19곳이다.

보건의료 노조는 지난해 19년 만의 총파업을 이틀간 벌였는데, 이번에 파업에 들어갈 계획인 사업장은 지난해 140곳(4만5천명 참여)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노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대해서는 필수인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보다 파업 의료기관이 적고 빅5 등 대형병원 노조는 파업에 나서지 않지만,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미 떠난 지 오래된 상황에서 간호사 등 다른 의료 직역의 역할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파업으로 인한 의료 현장의 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사측과 정부에 대해 ▲ 조속한 진료정상화와 ▲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책임 전가 금지 ▲ 불법의료 근절과 업무범위 명확화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보건의료 노조는 ▲ 인력 확충과 ▲ 주4일제 시범사업 ▲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마련 ▲ 간접고용 문제 해결 ▲ 기후위기 대응 ▲표준생계비 확보와 생활임금 보장 ▲ 총액 대비 6.4%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의사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장기화 상황에서 간호사 등 남은 의료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 있다는 진단이다.

노조는 의사들의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가져온 경영 악화 상황인데도, 병원 측이 간호사 등에게 장기 휴직 등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 노조는 지난 24일 파업 가결 소식을 알리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끼니를 거르고,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며 의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몇 배로 늘어난 노동강도에 번아웃(소진)되면서 버텨왔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가 부른 의료공백으로 인한 경영위기 책임을 더 이상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진료지원 간호사,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겪는 혼란을 해소하라는 것도 노조의 요구 사항이다.

오늘(8/28) 간호법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급물살을 타면 파업을 앞두고 노조의 반발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관련 이슈가 노조의 여러 요구사항 중 하나일 뿐인 만큼 법 통과가 파업 여부를 가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